마이테츠(まいてつ) 한글패치 팀에 참여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기회가 있어서 마이테츠 한글패치 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ITHVNR 등의 후커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코이카케 등을 후킹했던 경험이 있어서, 한패도 뭐 다르겠어? 하는 마음으로 기술팀으로 지원했는데.. 생각보다 한패가 호락호락한 분야가 아니었거니와 패치를 이미 다 하신 분이 셨기(오타아님) 때문에 부족한 실력이지만 번역팀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번역은 올해 3월부터 시작했고, 이미 공통 루트는 어느정도 작업이 되어 있어서 저는 폴레트 루트와 레이나 루트만 담당했습니다. 번역자가 저를 포함해 단 두 명밖에 없었는데다 그마저도 제가 의지박약 때문에 열심히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텍스트가 좀 많은 게임이긴 했지만 루트 하나 번역하는 데 거의 네 달 이상 잡아먹었는데, 이 정도면 그냥 의지의 문제입니다. 훌륭하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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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과정도 정말 여러모로 쉽지 않았습니다. 반평생 프로그래머로 살아오다가 일본어 번역을 하려니 처음에는 정말 구글 번역만도 못하게 번역을 했습니다. 또 마이테츠의 메인 테마가 철도인데, 철도 관련 지식이 전무한 저에게는 도대체 얘네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싶었습니다. 심지어 번역을 해 놓고도 정작 제가 해석을 못 했던 경험도 있어서.. 번역 중간쯤에는 철도가 문제가 아니고 그냥 제 한국어 실력이 문제인 게 아닌가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0개국어 구사자

지금 와서 생각하면, 애초에 첫 번역을 철도 용어도 많고 쿠마모토 방언도 쓰는데다 일본사 관련 얘기도 섞여 있는 보스급 게임을 건드린 게 문제였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번역을 설렁설렁 하긴 했지만 그래도 번역하는 과정 자체는 꽤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게임 몇 장 하고 그 부분 번역하고 하는 식으로 플레이와 번역을 병행했는데, 실제로 번역을 해야 하다 보니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플레이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냥 플레이만 했을 때는 생각지도 못 했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노베노 때는 Lose의 텍스트를 수면제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제작사 텍스트가 생각보다 소설 비슷한 정서적 묘사가 많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옮겨야 묘사가 잘 될까? 하고 고민을 거듭하면서도, 한편으론 번역도 힘든데 시나리오 라이터는 이걸 도대체 어떻게 다 써냈을까 하는 존경심마저도 피어올랐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대사들이 있었습니다.

[폴레트 10장]
ん――と、考えこむような声。皺が産む影が、いくらか濃くなる。
흠――하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목소리. 주름이 낳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それが幼稚な独占欲でも、他の何でも、同情や憐憫よりは、遥かにマシな感情だろう。
그게 유치한 독점욕에 불과해도, 아니, 다른 무엇일지라도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폴레트 12장]
生じてしまったどうしようも無い空白を―― 人はまず、憎しみで埋め始めるしか、きっとできない。
어쩔 도리 없이 제멋대로 생겨난 공허를――사람은 반드시 증오로 채우게 되어 있다.

[폴레트 15장]
“ご無理なければ”“無理ない範囲で”そんな言葉で、 『依頼するものの責任』から、恐らく無意識に逃げていた。
“실례가 아니라면” “가능한 한” 같이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의존에 수반되는 책임』 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했던 것이다.

원문을 직역하면서도 한편으론 좀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직역투로 그대로 써 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번역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는 것.. 무언가 표현하고는 싶은데 어휘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던 게 상당히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위치즈 가든 이래로 E-mote 지원이 아주 잘 되어있는 갓겜이었기 때문에 어찌어찌 끝까지 번역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마이테츠 스탠딩CG 처음 봤을 땐 진짜 감탄의 연속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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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에 확장팩인 라스트런이 나온다는데 한글패치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왕 폴레트 루트 맡은 거 끝까지 해보고는 싶은데 번역 속도가 너무 안 나와서 민폐가 되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아무튼 게임 자체는 기대가 되니 10월 말까지 즐겁게 기다려야겠습니다.

그나저나 폴레트 루트 들어가면 바로 CG가 찌그러지는 게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스탠딩은 그렇게나 잘 뽑았으면서


한글패치 방법은 여기에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저는 번역만 담당했기 때문에 패치 방법은 잘 모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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