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쓰는 SW개발병 지원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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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1년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끝에 그토록 바라던 전역을 했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보직은 SW개발병(소프트웨어개발병)으로 군에서의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SW개발병은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비교적 소수 인원만 선발하는 특기인데, 선발 인원이 적다 보니 관련 정보도 별로 없고 컴퓨터 공학 전공자도 SW개발병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잦습니다. 실제로 주변에 충분한 개발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일반 병과로 바로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따라서 전역 후기 겸 제가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SW개발병의 복무와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7년에 입대 후 복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세세한 내용에서 현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대에 따라 복무 환경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 유의해 주세요.
SW개발병은 무엇을 하는가
상술했듯 SW개발병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특화된 병과로 군에서 이루어지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군생활 내내 사무실에서 코드 짜는 것이 주된 업무입니다. 회사처럼 아침에 사무실로 출근하고 열심히 코드 짜다 퇴근하면 되며 경험상 야근 비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업무 내용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로 현업과 비슷한 일을 하며, 공기업이나 SI 회사에서 주로 쓰는 약간 오래된 기술 스택을 사용합니다.
SW개발병으로 들어오면 보통 사무실 내에서 개발을 잘 하는 축에 들기 때문에 개발 여건을 잘 보장받는 편입니다. 다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혼자 수행하기 때문에 스타트업 개발자 마냥 혼자서 개발해야 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따라서 넓은 분야의 개발 지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업무에 유리합니다.
SW개발병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과 시간에 부대에 있지 않고 사무실로 출근하기 때문에 훈련과 작업의 부담이 일반 부대보다 훨씬 적습니다. 소위 말하는 꿀보직.
- 군생활 동안 코딩하는 뇌를 계속 굴릴 수 있어 추후 복학 시 경력 단절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 프로젝트가 개인 단위로 주어지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수행하게 되므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인프라 기술 등 많은 분야의 개발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 같은 SW개발병들과 같이 지내며 실력적인 면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고, 같은 개발 직군의 인맥을 넓힐 수 있습니다.
- 군대 치고 인격적으로 대우를 잘 받는 편입니다. (저는 이게 가장 좋았어요)
반면에 단점을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사용하는 기술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SI 회사의 고질적인 단점과 동일하게, 넓은 개발 분야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심도 깊은 개발 경험을 쌓기는 힘듭니다. 프로젝트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최신 기술을 가져와서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레거시 코드를 상당수 리팩토링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서 쉽지 않습니다.
- 많은 경우 개발용 PC와 검색용 PC가 분리되어 있어서 개발하기 불편합니다. StackOverflow 문서나 공식 API 문서가 필요해지면 검색용 PC에서 인쇄해야 했습니다.
- 아주 가끔 사무실 일과와 부대 일과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꽤 피곤합니다. 제설 후 출근 등.
- 방위산업체와 전문연구요원은 집으로 퇴근하는데 SW개발병은 부대로 퇴근해야 합니다(당연하겠지만 아주 중요한 차이입니다).
일과 시간에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을 제외하면 퇴근 후에는 일반적인 병영 생활과 동일합니다. 점호 전까지 개인 정비 시간을 보장받아 자기계발에 몰두할 수 있으며, 최근 허가된 평일 외출과 휴대폰 사용도 가능합니다. 아주 가끔씩 훈련도 받지만 타 부대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1차, 서류 심사
SW개발병은 모집 병과로, 병무청에서 지원서를 작성한 후 1차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이후 2차 면접에서 합격해야 입대할 수 있습니다. SW개발병은 항상 모집하는 것이 아니며, 각 부대에서 모집 공고를 내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시로 병무청 모집계획 페이지를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정 자격 요건이 있어야 지원서 작성이 가능한데 자격 요건은 병무청 SW개발병 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일반적으로 개발 관련 학과 2학년 수료 시 지원서 작성이 가능하지만 수시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지원서 작성 시 입영 희망 날짜와 희망 부대를 선택해야 하는데 잘 선택해야 합니다. 합격하면 대부분 지원서에 작성한 날짜와 부대 그대로 입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집과 가까운 부대에 가장 빠른 입대 날짜로 선택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부대가 집과 가까우면 휴가나 외출 나올 때 편하고, 빠르게 입대하면 SW개발병 후임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서류 심사는 3배수 선발이며, 지원서 작성 시 유리한 기준이 몇 개 존재합니다.
- 학교에 오래 재학할수록 배점이 올라갑니다. 4학년이 2학년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며 대학원생은 더 유리합니다.
- 자격증 보유 시 가산점을 주는데, 자격증 유무의 차이가 커서 무조건 하나라도 있는 편이 좋습니다. 정보처리기능사 정도는 구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대회 수상 경력, 동아리 활동 경력이 있으면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팁을 드리자면 서류 점수가 높게 나오지 않을 것 같아도 TO가 나오면 일단 지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집 인원 자체가 적기 때문에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2차, 면접
서류 심사에서 합격하면 가까운 일시에 면접을 보게 됩니다. 면접 내용은 부대마다 천차만별이나, 요구하는 부분은 결국 개발 실력이기 때문에 개발 경험을 중심으로 질문이 들어옵니다. 제 경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질문받았습니다.
- 가장 자신 있는 개발 분야가 어떤 것인가?
- 리눅스를 얼마나 사용해 봤는가?
- Spring 혹은 전자정부프레임워크 사용 경험이 있는가?
- 회사에서 어떤 솔루션을 작성하고 있는가? 사용한 기술은 무엇인가?
- 협업 중심의 회사와 다르게, SW개발병은 개인에게 개발 책임이 돌아가는데 혼자 개발해서 결과물을 낸 경험이 있는가?
- 구글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개발하고 싶은가?
이렇듯 본인이 개발한 프로그램이나 사용한 기술을 중심으로 면접을 준비하면 됩니다. 안보관을 묻는 질문도 있었는데 모두가 알 만 한 상식적인 질문이므로 일반 상식에 맞게 적절히 대답하시면 됩니다. 면접에 합격하면 일괄적으로 논산에 있는 훈련소로 입영하며, 5주 간의 훈련 과정을 수료한 후 지원서에 지망했던 자대로 배치받게 됩니다.
결론
SW개발병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첫 날 선임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너희는 자기가 노력해서 올 수 있는 부대 중에서 제일 잘 온 거야.
물론 갓 전입한 신병을 격려하려는 목적에서 한 말이겠고, 다른 보직을 경험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거가 명확한 주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SW개발병은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개발 분야를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보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칫하면 허비하기 쉬운 군 생활 기간을 개발 경험을 키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저는 SW개발병 복무 기간 동안 웹 기술 면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병역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SW개발병은 꼭 한 번 쯤은 고려해 볼 만한 선택지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께서 SW개발병과 산업체를 붙었는데 어딜 갈지 고민하고 있다면 저는 무조건 산업체를 추천하겠습니다. 아무리 편하다고 해도 집에 못 가는 게 너무 서러웠어요. 정말로.